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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 카페

속초, 양양) 빨간머리앤 컨셉의 신상카페 PEI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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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아시나요?(줄여서 P.E.I 라고 부릅니다.) 물론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 밑 어디쯤 있는 이름모를 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빨간머리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그 섬에서 그 섬을 배경으로 빨간머리앤을 집필했다고 하면 조금 더 의미있게 느껴지실 것 같네요.
빨간머리앤이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감자가 명물이던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 섬의 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나름 관광지화 되어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어딜가나 빨간머리앤) 심지어 소설 속 앤이 살던 초록 지붕집도 그 곳에 실제로 있답니다! 물론 소설 속 인물이니까 실제로 살았던 집은 아니고, 우리나라 대장금파크 마냥(?) 관광지처럼 꾸며 놓은 마을이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면, 제가 캐나다에 잠시 있을 때 다녀왔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만 건너가도 받는 특별한 느낌이 있듯이, P.E.I 섬이 주는 따뜻하고 목가적인 풍경들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있는 섬인데, 그 느낌을 아시는 분이 만드신 건지 최근 물치항 근처에 생긴 신상 카페 이름이 우연치않게 P.E.I coffee 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응? P.E.I 는 그 섬 이름인데? 라고 생각하며 문을 연 순간, 아! 내가 아는 그 P.E.I 가 맞구나 라는 느낌이 팍 왔습니다.

일단 입구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은 영업시간 그리고 1인 1음료 주문과 노키즈, 노펫존에 대한 안내입니다.
물론 크게 신경쓰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이렇게 입구에 안내를 해 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가 이런저런 규정을 보고 다시 나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이 안내를 보고 들어가지 않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안내를 충분히 숙지하고 들어가보았습니다.

P.E.I coffee 의 1층 주문받는 곳에서부터 앤틱한 컵과 찻잔들이 장식되어있는 규모가 상당히 압도적입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하나하나 보면 정말 멋지고 귀한 찻잔들일텐데 위치상으로 좀 높고 멀리 있어서인지 그 아름다움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단순한 유리병, 혹은 오브제, 그냥 뭘 갖다둬도 됐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앤틱한 소품들은 세세한 그 장식과 무늬가 주는 시각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 그렇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충분히 멋지다. 라고는 생각했습니다.(더불어, 저거 정리 다 어떻게 했지? 깨지는 일 생기면 진짜 아깝겠다 등등….)

P.E.I coffee 의 메뉴는 적당히 많은 편인데, 다행히 시그니처 메뉴들이 따로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허니말차크림라떼를 많이들 시키는 것 같았는데 저는 속이 좋지 않아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시킬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허니말차크림라떼도 마카다미아크림라떼도 모두 먹어볼 생각입니다.
굿즈와 찻잔을 파는 전시공간이 밑에 있는데, 굿즈로 제작된 유리컵이 아주 묵직하고 튼튼해 보여서 사실 하나 살까 생각도 들더라고요. P.E.I coffee 의 마스코트 그림은 특이하게도 빨간머리앤이 아니라 작가인 루시몽고메리의 흑백 사진인데, 앤틱한 느낌에 어울리면서도 생소한 그녀의 사진이 담긴 컵을 굳이 갖고싶지는 않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흐흐..개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빨간머리앤이 그려졌다면 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P.E.I coffee 1층만 예스키즈존이고, 공간은 충분히 넓고 층고도 높은 편입니다. 바로 앞 바다뷰와 함께 옆으로는 나무와 천변뷰를 즐길 수 있어서 사방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특히 무조건 노키즈존인 카페보다는 1층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그 곳만 예스키즈존으로 꾸미고, (곧 보여드리겠지만) 공간의 다양하게 활용한 2층과 3층은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가 생각했는지 크게 칭찬을 해드리고 싶네요. 짝짝짝…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위주의 테이블이 주로 1층에 있다면, 연인이나 어른끼리 온 분들은 2층을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P.E.I coffee 의 2층은 크게 3가지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모두 통창으로 바다를 시원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데 맨 오른쪽 공간은 누군가의 로망과도 같은 서재나 도서관의 느낌입니다. 1층이 앤틱한 커과 찻잔으로 장식되어 있었다면, 이번에는 전면이 빨간머리앤에 관련된 책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맨 왼쪽은 요즘 바다뷰 카페들의 유행스타일로 극장처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단식 좌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대신 가장 낮은 곳이 평상처럼 되어있어, 좌식으로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P.E.I coffee 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은 바로 여기! 오른쪽과 왼쪽 사이에 비교적 좁은 터널같은 공간이 있는데, 바다를 액자 프레임으로 보는 것처럼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예쁘더라고요. 아이가 있어서 이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저는 이 공간에 앉아서 하루종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P.E.I coffee 3층은 전체 루프탑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푸릇푸릇하게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바다를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지요. 하지만 제가 갔던 날은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하나 없는 이 곳에 앉을 수는 없었답니다. 파라솔이나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생각 안해보셨던 건 아닐테니 아마 해가 약한 계절이나 저녁에는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치항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앞이 바다 바로 뒤가 산이 있는 풍경 때문인데요. P.E.I coffee 는 정말 위치하나는 끝내주게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건물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산뷰를 3층 루프탑에서는 마음껏 볼 수 있네요. (사진보다 더 가까이 보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P.E.I coffee 루프탑에는 이렇게 포토스팟이 있어요! 저 위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면 약간 인피니티풀에서 찍은 것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물 뒤에 바로 바다가 나오게!) 그것도 사진을 잘 찍는 사람만 건질 수 있는가봅니다. 같이 간 분이 그 효과를 내진 못했어요…
그래도 바다와 하늘이 그대로 담겨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니 루프탑은 꼭! 올라가보세요.

그리고 P.E.I coffee 또 하나의 포토스팟은 바로 1층에 있는 빨간머리앤 모자벽입니다. 저 아래 작은 벤치같은 의자가 있어서, 빨간머리앤이 썼을 것만 같은 귀여운 모자를 쓰고 의자에 앉아 혼자서 혹은 같이 사진을 많이 찍어가시더라고요. 빨간머리앤 컨셉에 맞는 귀여운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P.E.I coffee 에서는 음료와 함께 도넛도 팔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베이커리인 유로패스트리에서 직수입한 도넛이라고 하는데요. 요즘 트랜드처럼 어딜가든 파는 크림 가득한 도넛이 아니라 방부제, 트랜스지방, 인공색소, 유전자변형식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건강한 도넛이라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물치항과 P.E.I 섬의 컨셉이 별로 매칭이 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도넛을 판다고 해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섬을 컨셉으로 한 카페에서 스페인 도넛을 판다? 차라리 캐나다나 P.E.I 섬에 관련된 디저트를 파는게 더 컨셉과 통일감있지 않았을까요. 아님 하다못해 애플파이 하나를 팔더라도 빨간머리앤의 스토리와 엮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E.I coffee 에서 시그니처 메뉴 외에 제일 잘 나간다는 무지개 에이드도, 색감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빨간머리앤의 컨셉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욕심을 많이 부려서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울 수는 있지만, 그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컨셉이야 어찌되었든 넉넉한 양의 시원한 음료와 통창의 바다뷰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치우시는 분이 계속해서 보여서 시설이나 화장실 관리가 굉장히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보통 바다 근처 카페는 시도때도 없이 모래를 짊어지고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관리가 어려운 경우들이 많은데, P.E.I coffee 는 해변과 맞닿아 있긴 하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해변의 관광객들이 바로 넘어올 수 없다는 점도 깨끗한 관리가 가능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음료로 표기되어 있는 ‘어린이 오렌지쥬스’는 컵에 나오는게 아니라, 멸균우유만큼 작은 팩에 있는 게 나옵니다.
어린이 음료가 3,500원이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건…..약간 비추천하고싶네요. 아무리 첨가물 없이 오렌지 2개만 짜서 넣은 프리미엄 주스라고 해도….함께 마시는 어른들과 비슷한 양과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신상 카페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대로 작성해 보았지만, 앞으로 충분히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방문 의사는 당연히 100%, 200% 있고요. 빨간머리앤의 컨셉보다는 시원한 통창의 바다뷰 카페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5점 만점에 5점으로 만족할만한 곳입니다.

> P.E.I coffee 운영시간 및 주차
위치: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동해대로 3539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주차: 가게 앞에 작은 주차공간 별도로 있음/ 장애인을 위한 주차공간과 엘리베이터 있음
1층 외에는 노키즈존, 노펫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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